#도서_발췌 #차가운계산기 #사회과학 #경제학 #자본주의 #금융자본주의
<차가운 계산기(부제: 경제학이 만드는 디스토피아, 윈제: I SPEND, THEREFORE I AM)/지은이: 필립 로스코, 옮긴이: 홍기빈, 출판사: 열린책들>의 내용 발췌
누구에게 선물을 준다는 것은 그 대가로 무엇인가가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전혀 없는 이타적인 행동이다. 당신이 얻고자 하는 것은 선물을 받은 이의 얼굴에서 환하게 번지는 미소일 뿐이다. 물론 우리 점잖은 독자께서는 이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이 선물 뒤에 무슨 뜻과 의도가 숨어 있으며 선물을 받으면 거기에 엮인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인류학자들이 오랫동안 우리에게 말해 온 바이지만, 선물을 준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여러 가지 의무를 발생시킨다. 선물이라는 것은 현물의 답례를 요구하게 되어 있으며, 개인들은 이 상호성의 사슬 속에서 관계를 맺게 된다.
경제적 거래는 바로 이러한 상호성의 사슬이 끊어져 있는 거래이다. 재화나 서비스의 대가로 돈을 건네주게 되면 그 외의 인간적 유대는 강화되기는커녕 모두 끊어져 버리고 만다. 어떤 물건을 구매하게 되면 그 물건의 주인은 다른 사람으로 바뀌며, 그 물건에 대해 이전에 존재했던 노동, 시간, 권리 등의 청구권들은 모조리 사라지게 된다. 당신과 당신의 사랑하는 이와는 달리, 경제적 거래의 쌍방은 거래가 끝나면 영영 다시 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