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례들을 맨 처음 창시하고(...) '성사'(聖事)를 선택한 이들은 다름 아닌 신들이다. /.../ 플로티노스가 인간 영혼은 언제나 지성 혹은 정신의 세계와 무의식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반면, 후기 신플라톤주의자들은 영혼이 육체와 별개이기 때문에 물질적, 감각적 의례를 거쳐야만 신에게로 올라갈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요컨대, 이러한 전개 방식은 그리스도교의 그것과 흡사하다. 그리스도교에서 이미 원죄에 물든 인간이 하느님과 접촉하려면 강생한 로고스(예수 그리스도)와 성사라는 감각적 징표의 중재를 거쳐야만 한다. 신플라톤주의와 그리스도교, 이 두 가지 흐름은(...) 인간이 자기 힘으로는 구원받을 수 없으며(...) 신이 창시한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피에르 아도,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 제8장 [제국 시대의 철학 학파]의 세 번째 절 [플로티노스 이후의 신플라톤주의와 신비 전례학]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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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커뮤니케이션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흔히 어려운 과학을 쉽게 말해 주면 좋겠다고 합니다. 중·고교 교과서도 비슷한 맥락의 요구가 큽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과학에 대한 분량과 깊이를 줄입니다. 그러나 무작정 쉬운 게 정말 쉬운 걸까요? 혹시 자세히 말해 주지 않는 것이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정택동 (서울대학교 화학부 교수), 《여인형의 화학 공부》에 대한 [추천의 말]에서 #발췌

#여인형의_화학_공부 #과학대중화

"나는 예수와 우리 사이에 놓인 간극에 다리를 놓기 위해서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확신을 더욱 굳혔다. /.../ 그 첫째는 (...) 그는 무엇보다도 #유대인 랍비였다고 하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 그는 어려운 질문에 손쉬운 답을 주는 대신 (...) 또 다른 질문을 던지거나 한 번 들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유대인 랍비였다. 그는 사람들이 스스로 결단하는 책임을 면하게 놓아두지 않고 그 대신 그들의 윤리적 안목을 성숙하게 하고 심화하는 데 도움이 될 사고 방식을 알려주는 유대인 랍비였다. /.../ 두 번째 요소는 그가 자기 백성들이 지녀오던 윤리적 전통을 이어받아 그것을 여러 가지 새로운 요구에 따라 적용했지만, 단순히 법령이나 원리에 근거하여 그렇게 한 것이기보다는 오히려 구체적 이야기나 실제적인 모본에 근거하여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것이다."

하비 콕스, 《예수 하버드에 오다》, 제1장에서 #발췌

#예수

"#랍비 법정의 법적 지위를 규정한 법률은 이 법정이 #이스라엘 내 유대인들의 결혼 및 이혼에 대해 독점적인 사법권을 가진다고 결정했다. (...) 세속적인 유대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의 엄청난 어려움, 이 난감한 실체의 극도로 불확실한 경계 등을 고려했을 때, 이스라엘국은 랍비 전통에 굴복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신앙이 가진 진정한 종교적인 힘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사실상 시들어가고 있었다. 종교와 국가가 분리되지 못한 것은 불안정한 민족주의가 고질적으로 가진 약점에 그 직접적 이유가 있었다. 불안정한 민족주의는 어쩔 수 없이 전통적인 #종교 및 그 텍스트로부터 민족주의의 이미지와 상징 대부분을 빌려올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자연히 종교의 포로가 되었던 것이다."

#슐로모_산드, 2009, 《#만들어진_유대인》(김승완 옮김, 2022) 제5장 [구별하기] 제3절 ['에트노스' 국가 수립]의 두 번째 항 [종교에 굴복한 #민족주의]에서 #발췌

#유대인

"우리는 정량화, 실험, 재현으로 구성되는 '엄격한 과학' 모형이 본질적으로 우월하고 유일하게 표준적인 것이며, 다른 기법들은 그에 비하면 초라하다고 생각하도록 교육받았다. 하지만 역사를 다루는 과학은 우연한 사건들을 재구성하고 사전에 예측할 수 없었던 사건들을 회고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진전한다. 증거가 충분한 이상, 이런 설명도 실험과학의 영역에서 수행되는 설명만큼이나 엄밀하고 확실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이 이런 것을 어쩌겠는가. 변명할 필요가 없다. / 우연은 풍요롭고 환상적이다. (...) 개체와 종의 시시콜콜한 삶들은 대형 사건의 경과에 아무런 힘도 미치지 못하는 장식물이 아니라, 전체 미래를 속속들이 영원히 바꿔놓을 수 있는 특수자들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 1993, 《여덟 마리 새끼 돼지》(#김명남 옮김, 2012)의 네 번째 글 [여덟 마리 새끼 돼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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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지동물이 공통 선조에서 유래한 것은 분명하지만, 현대 양서류(개구리와 도롱뇽)는 일직선의 시작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굵은 가지의 말단을 대표하는 동물일 뿐이다. 게다가 #화석 #양서류 중에서는 완전한 육상 #척추동물 계통(파충류, 조류, 포유류), 즉 양막류의 선조라고 볼 만한 것이 없다. /.../ 최초의 화석 파충류는 후대에 현생 개구리와 도롱뇽을 낳는 선조 양서류의 최초 화석만큼이나 오래되었다. 그러므로 양서류에서 파충류로 사다리가 올라간다기보다는, 화석 기록과 오늘날의 척추동물 #해부학 연구가 말해주듯 사지동물의 둥치에서 일찌감치 굵은 가지 두 줄기가 갈라져서 양서류와 양막류가 된 것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 1993, 《여덟 마리 새끼 돼지》(#김명남 옮김, 2012)의 네 번째 글 [여덟 마리 새끼 돼지]에서 #발췌

#생물학 #고생물학 #사지동물 #여덟_마리_새끼_돼지 #스티븐_제이_굴드

"뉴턴은 무엇이든 버리지 못하고 수집하는 성질을 타고 났다. 학교 다닐 때의 필기장이나 계산할 때 쓴 연습장 등, 그가 조금이라도 잉크를 묻힌 종이는 하나도 버리지 않고 보관했는데, 그 덕택으로 뉴턴의 과학적 사고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추적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와 같은 일은 뉴턴에 비견할 만한 어떤 학자에게도 가능하지 않다."

리처드 샘 웨스트펄, 《뉴턴의 물리학과 힘》, 제7장 [뉴턴과 힘의 개념], 첫 번째 절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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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년, 일본의 지방 다이묘였던 사쓰마는 류큐왕국을 침공하여 실질적인 지배 아래에 두었다. 그러나 사쓰마는 류큐왕국을 폐하지 않고, 이전과 마찬가지로 중국력을 사용하도록 했고 중국에 계속 조공을 바치게 했다. 조공책봉관계에서 보자면 황제의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서 중국은 조공국에게 많은 답례품을 주었기 때문에 일종의 무역관계가 성립되어 있었다. 때마침 일본은 도쿠가와 정권에 의해서 쇄국이라는 무역관리체계로 들어갔던 때였으므로, 사쓰마는 류큐를 경유해서 중국 물산을 입수하여 중계무역을 담당했다. 사쓰마는 이러한 중계무역과 사탕을 필두로 한 류큐의 물산을 수탈함으로써 경제를 윤택하게 했고, 그 자본을 바탕으로 메이지유신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오구마 에이지, 《'국민'의 경계: 오키나와·아이누·타이완·조선》, 제1장 [류큐처분: '일본인'에의 편입]의 첫 번째 절 ['국내 인류'에의 통합과 배제]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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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아주의자 에픽테토스는 제자들이 단지 으스대려는 목적에서만 텍스트의 해설을 이용한다고 힐책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크리시포스에 주석을 달아 달라고 부탁을 받을 때에 나 자신을 뽐내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그의 가르침과 비슷하고 그에 합당한 행동을 보여 주지 못했다면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 한다."(Epictète, Entretiens, III, 21~23; manuel, §49.)]

피에르 아도,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 제8장 [제국 시대의 철학 학파]의 첫 번째 절 [일반 특징]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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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grity'의 #번역어

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1993년 책 《여덟 마리 새끼 돼지》를 #김명남 선생님께서 번역하며 'integrity'를 '전체성'으로 옮긴 이유를 설명했다(2012). 굴드는 옛 과학자들을 온당하게 평가하려면 연구 하나하나의 성패가 아니라 그들이 연구를 통해 추구했던 '복잡하고 폭넓은 함의를 지녔던 통일된 구조'를 밝히고 인정해야 한다고 했고, 그런 뜻에서 'integrity'란 단어를 사용했다. '전체성'이란 번역어는 적절했다. #스티븐_제이_굴드

'integrity'가 사용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글에서는 '자주성'으로 번역할 수 있겠다.

“나는 여러분이 #과학적 자주성(scientific integrity)을 유지할 만큼 자유스러운 곳, 즉 조직체 내에서의 지위나 자금 지원, 또는 다른 문제 때문에 강제로 자주성을 잃게 되지 않는 곳에 속해 있기를 바란다."(1985) #발췌 #리처드_파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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