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또 멈춘 김에 생각난 네임버스 썰이나 적어볼까룰루

전제 1. 네임은 후천적 발현도 가능하다
전제 2. 네임 발현 후 정해진 상대와 연이 일정시간 닿지 않을 시 상대에게 패널티가 있음 (예를 들어 몸이 아프다거나, 질병이 생긴다거나.)
전제3. 의문의 질병이라 네임 페어만 잠식시킬 수 있음

고등학교 때 사귀다가 헤어진 후 각자 서른, 스물여덟의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윤대협과 서태웅이라고 하자. (두 살 차이가 괜히 꼴림)
고등학교 때는 서로 짝사랑하다가 만났는데 어긋나는 게 너무 많아서 삐그덕거리다가 얼마 못 가서 헤어지고 서로 머리가 좀 크고 나서야 이해의 방식이 달랐던 거란 걸 깨닫고 만나게 된 두 사람이라 조금 더 애틋하겠지.

문제는 여느 때처럼 서로 손가락 얽어쥔 손을 놓칠 새라 절절하게 부여잡으면서 사랑을 속삭이고 밤을 보낸 다음 날 이른 아침이었음. #센루

먼저 일어난 윤대협이 연인을 씻기려고 이불을 걷어내는데 서태웅 오른쪽 골반 부근에 불그스름하게 올라와 있는 글씨. 점점 선명해질 요량인지 아직은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보이는 이름. 누군가의 손글씨 체인 것 같은 '정우성' 세 글자.

이럴 수가 있나. 흔들리는 눈동자. 선명해지기 전에 지울 수 있는 방법이 있나. 혼란을 거쳐 일단 태웅을 깨우지 않고 일단 씻겨서 옷을 갈아입힌 대협은 잘 지어지지 않는 웃음을 입꼬리에 걸고 여느 때처럼 행동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날 아침 결국 아침을 먹던 중 태웅은 살갗이 타는 듯한 고통에 골반 께를 부여잡고 바닥을 구름. 그리고 그 위치를 이미 알고 있는 대협은 심장이 철렁하겠지. 너무 빠르게 올 것이 와버린.

결국 태웅도 자신의 피부에 새겨진 이름 석 자를 알아버리게 되고. 내임은 운명의 영역인지라, 필연적으로 상대에게, 혹은 서로의 앞으로 서로에게 끌려 놓아지기 전 이름을 지워야겠다고 생각한 둘은 여기저기 정보를 알아보는데 결론은 하나같이 '네임을 삭제하게 될 시에는 삭제 되는 네임의 상대의 운명에 영향을 준다. 운명이니 생명에도 지장이 갈 수 있다.' 라는 답변.

자신이 안고 가는 리스크가 아니라 상대에게 돌아가는 리스크라니. 망설이는 사이에 필연적으로 태웅은 결국 우성의 앞에, 우성은 태웅의 앞에 놓아지게 됨.

만남은 아주 우연한 계기였음. 대협과 마트로 장을 보러 나온 사이 갑자기 이름이 새겨진 부근을 눌러짚는 태웅이었음.

"왜 그래? 아파?"

타들어 가는 통증을 느낀 찰나 태웅 자신과 비슷한 표정으로 어깨 부근을 눌러짚고 제 앞에서 자신을 보고 서 있는 우성이 있었음.

결국엔 엮이고야 마는 것. (과정은 조금 생략하고)
보고 싶은 건 정우성도 서태웅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다는 것.

어쩔 수 없이 정우성과 주기적으로 만남을 가지면서 대협의 소유욕은 겉으로 표출되지 않을 뿐이지 나날이 늘어만 감. 하지만 태웅은 눈치채고 있음. 조금씩 집요해지는 관계라던가, 몸을 섞을 때 없던 습관이 하나 둘 생겨나는 것쯤은. 우성을 만나러 가야 하는 날에는 우성이 비집고 들어갈 틈 따위 없다는 듯 온몸을 짓씹어 놓는다든가.

하루는 대협의 휴가였음. 꽤 오래 태웅을 붙잡아두고 우성에게 연락이 오는 족족 휴대폰을 받아 종료시켜버리고 급기야 전원을 꺼버리기까지 한 대협이었음. 그런 그가 씻으러 욕실로 들어간 사이 휴대폰을 켠 태웅은 우성이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됐다는 연락이 찍힌 걸 보고 급히 옷을 꿰어 입기 시작했음.

"서태웅. 어디 가?"
"금방 올게."
"어디 가냐고 묻잖아."

대협이 어깨를 잡아채고 태웅을 벽으로 몰아붙혔음. 서늘하게 굳은 표정과 대비되는 끓어오르는 분노. 처음 보는 표정이었음. 입술을 달싹이던 태웅이 간신히 입을 뗌.

"응급실에, 그 사람이."
"걔가 뭐."
"그 사람이, 아프대."

하, 짧게 터져 나오는 냉소. 그리고 목덜미를 잡아채며 거칠게 입을 맞춰오는 순간까지 자신이 사랑하는 이의 것이라. 태웅은 그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음. 대협이 처음부터 여유를 잃었냐. 그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태웅을 누구보다 신뢰했고 잘 다녀와. 옷깃을 여며주며 웃어주던 사람이었음. 그랬던 이가 이렇게 서서히 망가져가는 걸 제 눈으로 직접 마주하고 있는다는 건 실로 고통스러운 일이었기에.

멋대로 입안을 헤집고 집요하게 파고들어오는 다소 폭력적인 입맞춤을 받아내던 태웅의 눈에서 기어코 눈물을 떨어트리고야 대협은 멈췄음.

"가지 마."
"······."
"응? 가지 마. 태웅아."

전처럼 다정하게 뺨을 감싸고 엄지로 눈물을 쓸어 닦아주고. 예전처럼 눈을 예쁘게 휘어 웃는 대협의 눈에도 눈물이 고여있었음. 그 와중에도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은 진동하고.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웃음을 짓어보이는 사랑하는 연인. 이 순간이 거짓이라도 믿고싶어지는 순간. 하지만 자꾸만 바닥에 울리는 휴대폰이 태웅을 현실로 돌어오게 함.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의 생사에 지장이 생길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태웅을 자꾸만 등떠밀었음. 떨리는 손으로 대협의 손목을 쥐고 손바닥에 가볍게 입술을 눌렀다 떼어낸 태웅이

"다녀올게."

휴대폰을 쥐고 문을 나서면 암전 속에서 홀로 우두커니 선 대협이 있었음.